등록 : 2012.12.28 00:40 수정 : 2012.12.28 00:43

무대 조명은 극적 효과를 살리기 위한 장치다. 특정 인물이나 공간만 강렬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자주 활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켜간 곳은 ‘덜 밝은 곳’이 아니라 ‘더 어두워진 곳’이다. 지금 우리 일상의 감각계는 스포트라이트가 남용되는 조명 연출에 튜닝돼 있다. 온전히 보려면 먼저 의식적으로 암전 속의 인물과 공간을 봐야 한다. 그리고 암 전속의 눈길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조명 안쪽의 인물과 공간을 다시 봐야 한다. <나·들>은 조명이 비켜간 곳의 풍경에 한 촉 알전구를 밝힌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 고산지대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고함소리가 난반사를 일으키며 쩌렁쩌렁 울린다.

 “너 거기, 똑바로 못 던지냐?”

 “옙, 죄송합니다!”

 잠깐 지켜봤을 뿐인데도, 꾸지람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패스고 스텝이고 하나같이 서툴다. 한 아이는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눈치다. 유니폼도 그 아이들 몸에서만큼은 유독 따로 논다.

 지난 9월 14일 강원도 태백시 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 체육관. 여자 핸드볼 선수 10여 명이 공뺏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다. 이 일대 각급 학교들이 학교 체육관 하나를 돌아가며 쓰고 있다. 하지만 체육관 용도는 단 한 종목, 핸드볼에만 배정된다. 태백은 삼척, 인천 등과 함께 대한민국 핸드볼의 성지다. 태백과 삼척을 주축으로 한 강원도 핸드볼 선수 규모는 212명(2011년 기준)이다. 전국 등록선수 1927명의 10분의 1을 웃도는 수준이다. 강원도 인구 규모가 155만 명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 밀집도가 높은 편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팀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우승과 백지 한 장 차이의 4위를 했다. 그들은 모든 경기에서 감동, 탄식, 그리고 눈물을 선사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아깝게 졌던 덴마크를 누른 설욕전에서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이날, 그러나 황지초등학교 핸드볼팀 김영희 감독은 말문을 열기에 앞서 한숨부터 토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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