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2:42 수정 : 2013.05.07 10:52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계기 로 오게 되었느냐’이다. 마음 가는 대로 즉흥적으로 결정했 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대답이다. 같은 질문을 계속 받다가 나중에는 그 이유를 정리해보게 되었다.

언젠가 책에서 본 ‘공부는 학습되지만 성품이나 인품 은 습득되는 것’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연고도 없는 외딴 섬까지 가족 대이동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아빠의 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누그러졌다.

몇 발자국만 나가도 곶자왈(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 고유어)이 펼쳐져 있고, 바다에는 돌미역·게·고동 등을 만지고 놀 수 있는 자 연학습 체험장이 널려 있는 점도 제주행을 감행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로 들어온 인구는 2만5245명으로 2010년(437명)에 견줘 10배가 늘어나는 등 제주도 유입인구가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지난 1~3 월 제주도의 순유입인구는 1864명에 이른다고 하니 한동 안 ‘제주 러시’는 이어질 모양이다. 더 이상 ‘제주 이민’이라 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후덕한 곳에 둥지를 틀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를 몇 개월, 협재에 방점을 찍었다. ‘제주의 정 동진’이라 불릴 만큼 일주도로에서 해수욕장이 가까운 협 재해수욕장은 비취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바다빛이 환상 적이라 관광객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곳이다.

풍광이 아름다운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여행자뿐 아니라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제주 이민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협재에 둥지 튼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땅을 샀다. 지인 의 소개로 알게 된 제주 현지 건설사와 공사 계약도 체결했 다. 이후로 토지 측량, 전기·수도 설비, 기초·골조 공사, 실 내외 인테리어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몇 개월이었다. 현장 목수의 관행과 건축사무소의 원칙이 충 돌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대형 트럭이 마을 안길을 지날 때마다 생기는 소음과 분진 등으로 접수되는 민원을 처리 하는 일은 공사 기간에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결국 위와 대 장에 이상이 생겨 내시경검사를 받고 몇 달 동안 통원치료 를 받았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제주 이 민자 대열에 합류한 지 1년 여가 되어간다. 그중 6개월 남짓 은 공사현장의 잡부였고, 나머지 4개월은 여행자들과 만나 는 시간이었다.

걸어서 5분이면 닿는 해수욕장은 1년 내내 개인적 용 도(?)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유 명한 테마파크와 공원은 도민 할인 금액으로 즐길 수 있다. 사철 내내 싱싱한 유기농 채소와 해산물도 즐비하다. 하지 만 얻는 것이 있으면 치러야 하는 비용도 있는 것이 인생의 이치이던가.

따뜻한 남쪽 나라의 환상은 잊을 만하면 휘몰아치는 강풍에 날아갔다. 해안가에 위치한 집은 습한 탓에 곰팡이가 피기 일쑤다.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은 읍내 의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응급 치료를 받으려면 차로 1시간 걸리는 제주시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정성진 게스트하우스 ‘객의하우스’ 운영자다. <오늘의 한국> <온누리신문>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미니 콘서트, 사진 전시회, 여행나눔 프로젝트, 작가 레지던스 등을 기획하며 제주 협재를 재미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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