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2:18 수정 : 2013.05.07 10:52

최근 발표되는 여러 지표는 한국이 다문화국가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수는 28만3224명이다.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다문화가족은 26만6547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40만 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의 2.8%가 외국인이다.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증가에서 비롯된다. 1990년대 전체 결혼 중 1.2%에 불과하던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었다.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다. 이 중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 비율이 75%에 이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해 전체 외국인 주민 중 결혼이주여성은 19만6789명으로 늘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시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Precarious) 노동자계급(Proletariat)을 뜻함)나 농촌의 남성이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중국·베트남·필리핀 등지 여성과 혼인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편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처럼 배우자인 한국 남성의 존재 유무, 즉 다문화가정이냐 한부모가정이냐가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좌우한다. <나·들>이 결혼이주여성 4명의 다른 일상을 들여다봤다. ‘결혼’한 카트린(45·필리핀)과 티파니(38·필리핀), ‘비혼’인 메이(26·베트남)와 제시카(30·타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1

결혼이주 여성들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처럼 배우자인 한국 남성의 존재 유무에 따라 한국에서의 삶이 양극단으로 나뉜다. 사진은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집회 현장(좌)과 전북도청에서 주최한 이주여성 20쌍의 합동결혼식 모습(우). 한겨레 이종근 기자, 한겨레 자료

브로커에 속아 ‘묻지마 결혼’ 잘못 꿴 첫 단추

20대 꽃다운 나이에 이혼녀가 된 메이와 제시카. 이들은 불행의 씨앗으로 국제결혼중개업소를 꼽는다. 마트에서 장보듯 평생의 반려자를 외모와 인상에 의존해 선택하는 ‘묻지마 결혼’의 피해자가 자신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 결혼이주여성 4명 가운데 1명은 메이나 제시카와 유사한 절차를 밟고 한국에 온다.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흡사 ‘매매혼’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진 탓에 한국 남성들은 이들을 2세 생산과 양육을 위한 대리모 혹은 유모, 집안일을 도맡아 해줄 노예나 가정부 취급한다.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으로 이뤄진 국내 다문화가정의 이혼 건수는 2005년 2382건에서 2011년 8349건으로 6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1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모두 가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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