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1:04 수정 : 2013.05.07 10:52

# 1

“딩~동.”

4월 22일 낮 12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김명주(가명·35)씨가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남자들’의 프로필 몇 개가 막 도착했다. 보통은 하루에 한 개씩 오지만 운이 좋은 날은 여러 명의 프로필을 한꺼번에 받기도 한다.

여느 때처럼 김씨는 남자들의 프로필을 꼼꼼히 훑기 시작한다. 우선 사진과 닉네임을 확인한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더 세부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나이와 혈액형, 사는 지역, 성격과 취미, ‘I Like’(좋아하는 것) 등이 대표 항목들이다.

이날 도착한 한 남자의 프로필을 열어 보니 그의 정보가 주르륵 뜬다. ‘직업은 연구원, 20대엔 전형적 B형 남자…지금은 온순함, 키 180cm에서 2cm 부족함, 청순·애교 많은 여친 원함….’ 내친김에 이 남자의 ‘사용설명서’도 확인해본다. ‘문자에 답장 안 한다고, 자기 전에 전화 안 한다고 할퀴고 물어뜯지 말아주세요. …헤어지자는 말은 섣불리 하지 말아주세요…’ 등 남자의 주문사항이 눈에 띈다.

외모를 묘사하는 남자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키를 내세우는가 싶었다. 두 번째 남자의 프로필에도 ‘깔창 없이 180cm’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물론 개중에는 “‘탄탄한 엉치 라인’이라고 자신을 홍보한 이도 있었다”고 그는 귀띔한다. 사용설명서에는 만남 초기에 전화·문자 소통으로 빚어질 수 있는 오해에 대한 남자의 ‘불안감’이 써 있다.

김씨는 한 달 전쯤 소셜데이팅업체 ‘이음’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았다. 프로필을 확인하는 일은 어느 새 하루 일과가 됐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곧바로 ‘패스’(Pass) 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오케이’(OK) 5회권을 구입해놓은 상태다. 한 번 오케이를 누르는 데 드는 비용은 3300원이다. 상대도 오케이를 누르면 서로의 이름과 연락처가 공개된다. 본격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오케이를 누른 적은 없다. “여자가 먼저 오케이를 눌러도 상대가 오케이하기 전에는 알 수 없도록 해주는 날이 별도로 있다고 들었어요. 그날 사용하려고요. 여자가 먼저 대시하는 건 위험하잖아요.”

# 2

남자들이 ‘언제 술 한잔 해야지’라고 말할 때의 의미는?① 좋아한다는 의미 ②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③ 할 말이 있다는 의미 ④ 별 의미 없다 (정답은 ④번)

평소 명길씨에게 관심이 있던 소형씨. 명길씨가 “소형아, 우리 영화 보러 갈까?” 했을 때 뭐라고 하면 좋을까?① 당연히 좋죠! ② 그럼 오빠가 밥도 사줄 거죠?③ 그럼 밥은 내가 살게요! ④ 제가 집에 가서 말씀드려도 되죠? (정답은 ③번)

지난 4월 15일 서울 이화여대 부근의 한 스터디룸에서 대학원생 양정혜(가명·26)씨가 ‘러브멘토’ 제니를 찾아 상담받고 있다.
지난 4월 2일 오전, 서울 중앙대 법학관 2층 대강당. 중앙대와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스마트 연애 특강’ 행사에 학생 200여 명이 몰렸다. 자칭 ‘국내 1호 연애강사’라고 소개한 이명길씨가 즉석에서 ‘연애 필(Feel)살기’ 문제를 내준다. 20개 항목의 문제마다 모범 답안이 있다. 답안지를 맞춰나가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바빠진다.

2시간에 걸친 특강에서 그는 연애를 잘하기 위한 구체적 비법을 알려준다. “첫 만남에서 여자들은 외모에 대해 인정받는 말을 좋아해요. 예컨대 ‘예뻐지셨네요’, ‘옷이 잘 어울려요’, ‘어려 보이세요’ 따위의 말이죠. 반면에 남성은 달라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걸 좋아하죠. ‘많이 피곤해 보여요’, ‘요즘 바쁘신가 봐요’, ‘친구들이 많아 보이네요’ 등의 말이 먹힌다는 뜻이에요.”

강의하는 동안 그는 틈만 나면 연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애 잘하는 사람이 공부도 일도 다 잘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세요. 모두 그렇지 않나요? 연애를 안 하는 것은 특권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명길씨는 “나는 결혼 전엔 카사노바로 살았는데, 결혼한 뒤로는 달라이 라마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삶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연애사건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이조차 학생들에겐 모범 답안으로 제시되는 것처럼 보였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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