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3 23:48 수정 : 2013.04.03 23:48

잦은 해고와 야근·주말근무 등 출판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워낙 좁은 바닥이라 입 한번 잘못 열었다가는 업계에 발붙이기 어려운데다 스스로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갖기보다 문화인·지식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겨레 자료
3년. 내가 출판사를 다닌 기간이다. 3년이면 이직할 때 경력으로 인정받는 최소 기간인데, 고작 3년 다녀놓고 출판 노동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군대 2년 갔다 오고 군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지 않는가? 나도 겨우 1년 2개월 수감된 경험으로 감옥 생활에 대한 노하우랍시고, 병역 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떠들지 않았던가. 3년이면 어느 공간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경력이 오래된 선배에 비해 내 경험이 지극히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노동계 전체를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내가 하는 이야기는 출판계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는 뜻도 된다. 내가 하는 이야기 바깥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내 경험은 출판노동자 전체의 경험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빙산이 얼마나 큰지 밝히는 일이 아니라, 일각을 세상에 드러내어 빙산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많은 출판노동자가 자신이 겪은 일, 보고 들은 일을 세상에 이야기할 때 우리는 출판노동계의 저 어마어마한 빙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우연히, 그리고 운 좋게 출판노동자가 되었다. 출판사에 들어갈 당시,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는 완전 초짜였다. 사실 나는 편집자는커녕, 회사에 들어가 월급 받으면서 살 계획이 전혀 없었다.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던 거다. 초짜 편집자가 배워야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지만 나는 편집자로서 업무를 배우기 전에 내가 노동자가 되었다는 것을, 출판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배우게 되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이용석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면서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경영진의 폭력을 보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노동자로 자각했다. 편집자이기 전에 노동자라고 생각하며,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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