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3 17:23 수정 : 2013.04.03 17:25

‘지율’이라는 이름은 우리 사회의 어느 분단선 위에 놓인 이름이다. 이름을 경계로 한쪽은 좀처럼 그 이름을 입에 담으려 하지 않고, 다른 한쪽은 끈덕지게 불러내 멋대로 색을 칠한다. 흔한 말로 앞의 축은 ‘진보’이고 뒤의 축은 ‘보수’이다. 두 축 사이에서 그 이름은 선이 아니라 섬이 되었다.

10년 전 꼬리치레도롱뇽처럼 가녀린 한 비구니가 산문을 지나 세상으로 나왔다. 그는 세상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흐름에 문제제기를 했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단체는 그에게 잠시 다가왔다 튕겨 나갔다. 국토개발을 한다는 세력은 다만 귀찮아했다. 그는 끝 간데없이 홀로 걸어, 붙박혀 있는 이들의 시야에서 소실점으로 사라졌다.

그는 강에 있었다. 강을 정벌하겠다며 강모래를 무참히 도륙하는 현장을 돌았다. 제 살이 깎여 나가는 아픔을 견디며 카메라와 캠코더로 하나하나 기록했다. 그가 돌아왔다. 단식에서 영상으로, 그의 문제제기 방식은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흐름이었다, 모래가 물과 함께 흐르듯.

‘영화감독’ 지율의 <모래가 흐르는 강>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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