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3 16:47 수정 : 2013.04.03 16:49

386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는 혁신학교, 고등학교는 특목고’라는 양립할 수 없는 욕망을 품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학원 모습. 한겨레 강창광 기자
아파트와 교육이 한국 중산층의 계급 재생산의 양대 축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만으로는 대를 이어가며 부의 재생산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한편에서는 아파트를 통해 자산의 증식을 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식들의 교육에 몰두하여 법조인이나 의사 같은 전문직 아니면 최소한 대기업 취업 등 ‘안정적인’ 직업을 통해 계급을 재생산하려고 한다. 비록 2008년 이후의 경제위기와 부동산 거품 몰락으로 한쪽 축에 금이 가버리긴 했지만 그럴수록 이들은 더욱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산층, 아파트와 교육의 결탁

아파트와 교육이 어떻게 서로 결탁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부류는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서울 강남이나 목동, 혹은 강북의 상암동처럼 중대형 평수의 중산층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명문’ 입시학원이 즐비한데 서로의 운명을 같이하며 폐쇄적인 그들만의 공간, 즉 ‘빗장 건 사회’(Gated Society)를 형성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중산층이 폐쇄적으로 모인 이런 지역의 아파트 단지라는 ‘성채’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내 아이는 좀 자유롭고 다르게 키울 자유 따위는 없게 된다. 아파트 단지와 아예 무관하게 살아가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교류하면,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이웃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이 들어온다. 아파트 단지에 자리 잡은 커피숍을 들어가면 ‘어머니’들이 모여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 흉을 보거나 학원 정보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장에 들어오지 않는 ‘이웃’을 용서할 수 없다. 특히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이념과 상관없이 중산층이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불신이다. 이들은 한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것처럼 학교는 그냥 아이들을 잘 봐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아이 성적을 올리는 것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조언’과 ‘걱정’을 통해 학교에 대한 불신과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은 증폭되고, 결국 항복을 한다. 그 ‘무리’ 속에 있을 때에만 안심할 수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엄기호 연세대 문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은 ‘배우는 것’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학교’와 같은 한국의 교육 현장이 왜 그런 만남의 장이 되지 못하고 실패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요즘은 주로 교사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의 ‘애환’을 듣고 있으며, 곧 학교에 관한 책을 예정이다.

관련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