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01:42 수정 : 2013.03.06 01:42

유난히 짧은 연휴 탓에 설을 쇠고 서둘러 귀경한 이튿날, TV에서 북한이 3차 지하 핵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이어 관련 뉴스가 확인되는 대로 속속 전해졌다. 한파를 헤치고 먼 길을 달려 고향의 부모·형제와 함께 들뜬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긴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새 불안한 상태로 바뀌었다. 촌각을 다투는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거운 현실이 더없이 착잡했을 것 같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과거 같으면 여지없이 폭락하곤 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북한 리스크 등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주식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는 것)라고 불리는 주식 시황은 별다른 등락 없이 제법 고르게 마감되었다고 한다.

장기간 지속된 북한과의 대치 구조에 자연스럽게 면역이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강행한 지하 핵실험으로 인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남북 관계에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간절히 기대하던 남한의 민심은 언제 그랬냐 싶게 싸늘히 얼어붙었다. 아무리 북한이 핵개발은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하더라도, 사회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세습정권 유지에만 집착한 채, 생존을 위협받는 주민들의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스럽고 몰염치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카메라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언론을 통해 본 평양 시내 주민의 반응은 북향민인 내게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다소 상기된 모습의 평양 시민들은 마치 대본을 미리 준비한 듯 “앞으로 그 어떤 대국이 달려들어도 단번에 해치울 수 있다는 신념이 넘칩니다”, “한다면 한다는 결심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인민들에게 천백 배의 용기를 북돋워주었습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지하 핵실험을 지지하고, 내부 결속을 강하게 호소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북한 사회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외신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핵개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어내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근원’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핵개발보다 주민들의 경제적인 생활 안정을 위해 모든 제도적·물질적 지원과 정책을 펼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의 책임 아니냐’고 소리 높여 말 수 있을까?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명숙 북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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