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5 18:28 수정 : 2013.03.05 18:46

옛 만도 계열 노조들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000년 출범하자 가장 먼저 조직 형태를 전환했다. 한겨레 박승화
여기 네 남자가 모여 있다.

첫눈에 다른 이들과는 나이 차이가 나 보이는, 그렇지만 성마른 머리카락이 세월을 앞질러 간 게 분명한 반백의 남자가 먼저 입을 연다.

“김희준입니다. 저는 주식회사 만도입니다. 강원도 원주 문막에서 왔습니다.”

다른 세 남자의 나이는 어슷비슷해 보인다. 얼굴 주름이 아직 잔 걸로 미뤄, 다들 갓 중년기에 들어섰음 직하다. 그중 한 남자가 억센 경상도 억양에,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겠다고 벼르는 투로, 세 글자 또는 두 글자씩 끊어서 또박또박 발음한다.

“신시연입니다. 저는 발레오/ 전장/ 시스템스/ 코리아/ 주식회사입니다. 경북 경주에서 왔습니다.”

다음 한 남자는 무슨 큰일이라도 치를 태세다. 한동안 기억을 더듬는 표정을 짓다가 겨우 입을 떼고 몇 글자 발음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흔든다. 도돌이표가 찍힌 악보의 지시를 겨우겨우 쫓아가는 서툰 음악대 수험생마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몇 차례.

“조남덕입니다.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유한회사입니다. 충북 청원에 있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그도 마침내 ‘임무’를 완수한다. 듣는 이마저 숨이 차오르게 하는 그 이름은 어쩐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을 닮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영춘편집장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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