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2:04 수정 : 2013.02.05 02:04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한 호텔에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의 유전개발에 참여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곽승준은 ‘삼색조’다. 교수 출신 관료이자 연예인이다. 사실 교수 출신 관료나 관료 출신 교수는 흔하다. 하지만 그처럼 엔터테이너를 겸비한 이는 드물다. ‘교수+관료’와 ‘엔터테이너’ 사이를 가르는 ‘가벼움(또는 유쾌함)의 강’을 웬만해선 건널 수 없는데다 건너려는 사람도 드문 탓이다.

그가 이명박 정부 초기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이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보여준 튀는 행동은, 굳이 빗대자면 ‘지명직 정치인’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시사 코믹토크쇼’를 진행하는 장관급 인사에게 직함 그대로 공직자라고 하기엔 무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쩌면 그를 ‘엔터폴리페서’(연예인을 뜻하는 ‘엔터네이너’와 교수 출신 정치인을 뜻하는 ‘폴리페서’를 조합한 말)라 불러야 할지 모른다.

처음 그와 식사하면서 받은 느낌도 딱 그러했다.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구 ㅈ식당에서 만난 그는 대뜸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가식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걸그룹 ‘2ne1’의 팬이었다. 인디밴드도 여럿 나열했지만 그보다 10년은 젊은 내게는 생소한 이름들인 탓에 듣자마자 증발해버렸다. 지금 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가수 알리의 ‘별짓 다 해봤는데’가 흘러나온다.

곽승준의 예능감은 그날 저녁밥을 함께 먹은 참석자들의 배꼽을 여러 차례 빼놓기에 충분했다. 심각한 얘기도 재밌게 하는 타고난 재주가 있는 듯했다. 대학 때 본의 아니게 학생운동권 경력을 갖게 된 일화를 들려줄 때도 그랬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운동권 친구에게 3만 원(30만 원 인지 헷갈린다)을 빌려줬다. 그런데 그 친구가 경찰서에 잡혀들어가서 곽승준의 이름을 불었다. 그 후 어느 날 학교 정문을 나오던 그를 경찰 둘이 양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는 “내가 다른 건 다 참는데 ‘통닭’은 못 참아. 그래서 다 실토했다. (전두환의) 5공은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고문이란 단어 하나 없이 ‘통닭’으로만 자신의 꺾인 의지와 가해자인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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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근 <한겨레> 경제부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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