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1:58 수정 : 2013.02.05 02:05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곽승준. 한겨레박승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오간 긴장감은 만나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한마디로 죽이 잘 맞는 인터뷰였다. 아직 현직에 있기 때문에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저하는 눈치였지만, 막상 말의 물꼬가 터지니 낯가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는 인사말에서 엔터테이너다운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미리 약속한 것처럼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첫 질문은 평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즐겨 말한 ‘쿨’의 개념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쿨’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그대로 곽 위원장이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반적인 의미를 곽 위원장이 전유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대답을 듣고 싶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쿨은 하이브리드다”라는 것이 곽 위원장의 정의였다.

제자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쿨하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쿨’을 말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곽 위원장은 미래기획위원장직을 맡기 전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은 교수였다. 트렌드에 익숙할 만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제자에게 물었더니, “시원하면서도 섭섭하고, 슬프면서도 기쁜 복잡한 감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쿨은 하이브리드라고 정리했다는 것. 이 짧은 대화에서 곽 위원장의 특징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경험하고 관찰하고, 거기에 근거해 자신의 생각을 도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상당히 실용주의적인 태도인 셈이다. 이런 태도는 인터뷰 내내 곽 위원장의 대답을 지배하는 패러다임 노릇을 했다. 그는 도그마(Dogma·독단적인 신념이나 학설)를 극도로 혐오하는, 말 그대로 쿨한 보수주의자이고자 했다. 그에게 보수주의라는 그릇은 쿨하게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복합적인 의미로 ‘쿨’을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더 이상 ‘진보-보수’의 대립 구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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