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7:29 수정 : 2013.01.08 17:29

나는 <한겨레> 데이터베이스팀에서 일한다. 신문사에서 생산하는 기사나 사진 등의 정보를 유의미한 기준으로 정리하는 게 내 일이다. ‘사람’은 중요한 정렬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가장 눈여겨보는 편이다. 습관이 되다 보니 신문에서 낯선 이름이라도 나오면 감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 경우 십중팔구 오자다.

나는 일삼아 수많은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며 새로 올라온 각종 공지를 확인한다. 공개됐지만 웬만해선 누구도 애써 찾아보지 않는 그런 정보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안양대 누리집에 들어가 봤다.

김광태. 못 들어본 이름이다. 누리집의 학교법인 임원 소개란에 ‘이사장 김광태 임기 2009. 9. 12~2016. 8. 15’라고 되어 있었다. 2009년부터 이사였다면 ‘당연히’ <한겨레>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없다. 우리가 어디서 놓쳤는지 찾아야 했다. 지금부터 누리집 곳곳을 살펴야 한다.

이사회 회의록에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 이사회 회의록 같은 자료는 대개 누리집에 몇 달 정도 공개한 뒤 사라진다. 다행히 2012년 8월 16일 사립대학인 안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우일학원의 이사회 회의록이 남아 있었다.

회의록 내용을 보니, 기존 이사장 박원근(전 체신부 장관)씨가 7월 11일자로 사임했다며,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이사장 직무대행자는 김광태씨의 동생이며 김영실 안양대 명예총장(2006년 작고)의 작은아들인 당시 대학 총장 김승태씨였다.

최아무개 이사가 ‘김영실 명예총장의 유지대로 (큰아들) 김광태 전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감사가 ‘이사장은 현직 이사 가운데 선출해야 한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김광태씨는 이사가 아니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문일고(이 학교를 운영하는 문일학원도 김영실 명예총장이 설립했다) 교사인 김아무개 이사가 사표를 내자, 곧바로 김광태씨가 이사로 선임됐다.

다음번 이사회가 열린 9월 20일, 김광태씨는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왜 임기 중인 이사장이 사임했을까? 왜 하필 고인이 숨진 지 7년이 지나 고인의 유지를 따르겠다며 서둘러 고인의 큰아들을 이사에 선임하고, 다시 일사천리로 이사장으로 선출했을까? 무엇보다, 김광태 이사장의 이사직 임기는 일러야 2012년 8월 16일 이후가 맞을 텐데, 누리집에는 왜 2009년부터로 되어 있을까? 단순 실수일까, 아니면 무슨 꼼수가 숨어 있을까? 꼼수라면 숨기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일까?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숙경 <한겨레> 데이터베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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