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01:33 수정 : 2012.12.28 01:35

알프스산맥을 거뜬하게 넘을 정도로 산악자전거 애호가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세상 사는 맛을 느낀다”는 스포츠맨이다. 때로는 고급 승용차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그를 이렇게 표현하면 대단히 터프한 남자로만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문화적인 면모를 갖춘 섬세한 남자기도 하다. 그가 오디오 업계에 소문이 자자한 ‘오디오 마니아’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구 회장이 구입한 제품이라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프로 수준을 뛰어넘는 전문가다. 특히 기기뿐 아니라 LP판을 2만여 장 보유할 정도의 음악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틈만 나면 클래식 음악에 묻혀 산다.

 또한 그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책 읽는 최고경영자(CEO)’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다룬 <대망>을 인생의 길잡이가 된 책으로 꼽는다. 기다려야 할 때가 언제인지 판단하고, 기다릴 줄 아는 태도를 배웠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강인함과 섬세함, 도전정신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복합형 인간이다. 이런 성향은 사업으로, 나아가 사회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LG그룹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뉴욕과 동남아 등지에서 상사맨으로 글로벌 경영을 몸에 익혔다. 그 후에는 LG투자증권에서 국제부문 총괄임원을 지내며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경험을 쌓았다.

 그의 기질과 성장 과정은 LG그룹을 떠나 LS그룹이 출범하면서 고기가 물 만나는 형국이 된다. 2008년 말 그가 사령탑에 오른 후 LS전선은 20여 개국, 70여 개 사업장으로 해외 거점이 늘어났다. 2008년에 북미 최대 전선회사 슈피리어에식스(Superior Essex·SPSX)를 인수해 세계 3대 전선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경영활동은 자전거타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구 회장은 오늘도 결승점을 향해 끊임없이 페달을 밟고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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