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2:25 수정 : 2013.05.07 10:52

“동글동글동글 구름빵 몽실몽실몽실 구름빵 홍비 홍시 친구들 하늘높이 훨훨 날아요~.”

언제부턴가 세 아이의 입에서 이런 노랫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뽀로로’, ‘폴리’, ‘타요에’ 푹 빠져 지내더니 그새 변심(?)한 모양이다. ‘구름빵’에 단단히 꽂힌 게 분명하다. 이유를 물었다. “이야기가 시시해.” “그림이 재미없어.” “우리한테 가르치려고만 해.” “구름빵이 왜 좋은데?” “고양이가 귀여워.” “하늘을 날 수 있어서 좋아.” “그림이 예뻐.”

한동안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토종 캐릭터는 ‘뽀통령’ 뽀로로와 ‘폴총리’ 로보카 폴리였다. 뽀로로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4살 이하의 영유아, 폴리는 5~7살 어린아이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데 뽀로로와 폴리로 양분되던 토종 유아 캐릭터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넓적한 얼굴에 비정상적으로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고양이 남매 ‘홍비’와 ‘홍시’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2004년 한솔수북에서 마음씨앗 그림책 시리즈로 발간한 <구름빵> 주인공인데, 책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어린이 팬을 확보하고 있다.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50만 권 이상 팔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타이완, 일본, 중국, 독일, 노르웨이, 멕시코 등 8개국에서 발간됐다. 현재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뮤지컬도 제작되어 인기몰이 중이다.

아이들이 <구름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독창성과 작품성,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구름빵>은 출간 이듬해인 2005년 이탈리아의 볼로냐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 그림책 100선’, 창비어린이 선정 ‘올해의 어린이책’,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에 선정됐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우리나라 그림책을 <구름빵> 이전과 이후로 보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아이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상상을 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비를 워낙 좋아한 백 작가는 산후조리 중 창밖에 걸린 구름을 보고 ‘구름빵’을 구상했다.

비 오는 날 산 밑에 걸린 ‘구름’이 모티브

“3월 18일 한남동 작업실로 오세요.”

<구름빵> 원작자 백희나(41)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놓고 잠시 마음을 졸였다. ‘결례를 한 건 아닐까? 혹시 인터뷰를 거절하면 어쩌나?’ 계약 당시 850만 원의 원고료만 받고 저작권을 넘긴 탓에 저작권자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까지 그의 연수입은 400만 원에 불과했다. 어쩌면 <구름빵>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게 작가에게는 고통이 아닐까. 기우였다! 그는 기꺼이 인터뷰를 승낙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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