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3:29 수정 : 2013.02.05 03:29

제목 : 서울, 흡혈 도시의 구조

‘규모’는 도시의 모든 것이다. 도시의 규모는 전망을 제시하고 전망은 규모를 견인한다.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도시의 구석구석 직장과 쉼터를 오가는 지하철과 버스, 통행이 뜸한 새벽에 쓰레기를 치워가는 서비스, 수도꼭지에서 깨끗한 물이 나오고 더러운 물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편의도 도시의 규모에 기대어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밤이 찾아와도 영롱하게 빛나는 거리는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화려해진다. 도시의 규모는 곧 수요이며, 소득으로 연결된다. 경제성장은 도시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도시의 규모가 주는 소득은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도시 각 부분에 배분된다. 교통과 위생 등의 서비스는 공적 장치를 통해 비교적 균등하게 조직되었다. 가계는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값싸게 도시 서비스를 누리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아 이에 보답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 계획에 입각한 인프라 투자는 재생산의 효율성을 보장해주었다. 반면 도시의 요지는 시장이 평가하는 효율성에 따라 서열화되었다. 경쟁을 통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땅에 가장 비싼 가격이 매겨졌다.

행정 권력의 도움으로 조정되고 조직된 도시 서비스와 도시에서 성장하는 시장이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완성되었다. 이 질서 속에서 가계는 시장에서 돈을 벌어 자녀를 교육해 시장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시장으로 진출하는 길은 균등하게 조정되지 못했다. 서열화된 도시 공간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등급에 따라 값을 받았다.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출신 대학의 서열이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거의 모든 상위권 대학이 있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아파트 키드의 생애 기획팀/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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