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2:48 수정 : 2013.02.05 02:48

앰버서더 호텔 그룹 회장 서정호. 한겨레출판사진 박승화
1970년대만 해도 고급 호텔의 상징은 ‘불란서 식당’이었다. 호텔 출입하는 손님의 수준도 ‘불란서 음식’을 즐길 줄 아는지에 따라 갈렸다.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는 당대 내로라하는 ‘고급’(VIP) 손님들의 아지트였다.

호텔 유학을 떠나겠다는 그에게 아버지가 내내 강조한 것은 바로 그 불란서 식당이었다. 당시 국내에선 호텔경영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이 없었다. 미국 네바다주립대에 들어간 그는 입학하자마자 일자리부터 알아봤다. “학교 공부만 중요한 게 아니다. 반드시 불란서 식당에서 일을 배워라.”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를 맴돌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하다는 불란서 식당만 찾아다녔다. 하지만 동양인이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단계를 밟아가며 일을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종 차별은 거대한 벽이었다. 괜찮은 자리는 모두 백인의 몫이었다.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버스보이’(Bus Boy)뿐이었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주문받기 전에 그릇을 치우고 테이블을 정돈하는 일이다. 6개월이 지나도 똑같은 일만 반복되자 내심 불안했다. 식당 경영을 배우기는커녕 주방 한번 들어가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의기소침해진 그는 인근 다른 식당의 문을 두드렸다. 한동안 ‘발렛파킹’(대리주차서비스)을 하면 주방 일을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평생 본 적도 없는 고급 차를 다루기란 쉽지 않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차가 어느 손님의 것인지 잘 기억해야 했다. 대신 손님들이 찔러주는 팁이 쏠쏠했다.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손님일수록 보란 듯이 팁을 많이 찔러줬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리주차 일을 해야 하는지 기약이 없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담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정리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서정호 회장 프로필

1953년생. 서울 중앙고를 졸업한 뒤 1977년 호텔경영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 호텔 및 모텔 학교를 거친 뒤 네바다주립대(호텔경영학) 및 경영대학원(MBA)에서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앰버서더즈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호텔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0년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영예를 높인 인물에게 주는 명예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았다. 2010년에는 모교인 네바다주립대 ‘올해의 동문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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