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44 수정 : 2013.01.08 18:44

성장의 시대였다. 성장의 주역은 단연 도시였다. 전망과 기회, 그리고 교육과 직업 같은 수단이 모두 도시에 있었다. 국가의 성장이 구성원 모두의 성장은 아니었듯이, 모든 도시가 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은 크기와 밀도 모든 면에서 주도적으로 성장했다. 인구가 집중되면서 더 많은 주택이 필요했다. 수도권은 서울의 위성도시이자 주거지로서 성장했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14%에 이르는 동안, 서울은 98.4%(2011년 기준)에 머물렀다. 전체 인구의 49%가 사는 수도권의 주택은 전국 주택의 62%를 차지한다. 젊은이들은 서울로, 수도권으로 향했다.

군사정부는 도시 노동자의 주거 형태로 아파트를 도입했다. 1985년 82만2천 호로 주거 형태의 13.5%를 차지하던 아파트는 2010년에 이르러 818만5천 호로 59%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610만 호의 주택이 1380만 호가 되었다. 이렇게 집이 늘어나는 동안에도 자가점유비율은 제자리걸음이었다. 2005년 자가점유비율 45%를 간신히 바라보던 서울은 2010년 41%로 도리어 내려앉았다. 도시가 탈바꿈하던 시기에 집값은 급격히 뛰었다. 뒤늦게 사회에 나와 일자리를 얻은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대신 먼저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집은 좋은 투자처였다.

위협적인 도시의 삶에서 아파트는 생활의 전진기지가 되어주었다. 아파트가 형성되는 과정과, 완성된 아파트 구성 형식 속에 그 비결이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낡은 주택가의 어두운 은신처는 아파트 계획에 의해 사라졌다. 자동차와 주차장이 직장과 소비생활, 그리고 안식처를 연결해준다. 개방적이며 밝은 공간과 안전한 이동수단은 개인을 보호해준다.

2002년 이후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 각지 뉴타운 열풍의 정치적 동력이 되었다. 새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집값이 뛰었다. 낡은 도시는 늦기 전에 새로 단장해야 한다. 어른이 된 젊은이는 새로 가정을 꾸려야 한다. 도시의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를 전제로 하는 이 순환의 과정이 2006년을 정점으로 멈췄다. 가격이 한계에 이르자 거래도 끊겼다. 서울과 수도권에 빼곡히 들어서던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사람들은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자 발이 묶였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 5년간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은 40.1% 상승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1.2%, 수도권은 2.6%씩 하락했다. 대신 전셋값이 평균 28.6% 올랐다. 집이 낡아가는 동안 등기부만 복잡해졌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키드의 생애 기획팀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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