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04 19:37 수정 : 2014.01.07 10:43

<나·들>은 기존 저널리즘의 범주를 넘어서려 노력한다. 그런 틀짓기로 더는 세상을 온전히 비출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간 1주년을 맞아 퓨전 국악 콘서트를 시작하는 것은 국악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노력들이 <나·들>이 하고 있는 노력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들>은 정기 퓨전 국악 콘서트와 함께 최영준 서울예술대 교수의 국악 연주자 인터뷰를 연재한다. _편집자

김애라 해금 연주가. 1969년생. 중앙대 대학원 해금 전공, 무형문화재 제17호 이수자. 음반 1집 , 2집 , 3집 , 4집 이 발매됐다.김애라 제공
보사노바(Bossanova)라는 음악 장르가 있습니다. 브라질의 삼바와 미국의 스윙재즈가 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장르입니다. 보사노바는 재즈와 전통음악 퓨전이 가장 대중화된 예로 꼽힙니다. 퓨전국악이 무엇인지 생소하신 독자가 있을 것 같아 잠시 설명해보면, 퓨전(Fusion)은 기존 것을 섞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짬짜면’같이 동일한 범주의 것을 섞는가 하면, 한국 궁중요리를 서양 음식같이 코스요리화하는 것처럼 서양의 양식을 도입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퓨전도 있습니다. 국악은 현재진행형으로, 다양한 융합 장르로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음악은 재즈·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과 섞이고 이러한 작업들은 ‘퓨전 국악’ ‘국악 퓨전’이라고 불립니다. 일부에서는 동·서양의 만남이니 ‘크로스오버’라고도 합니다.

퓨전, 크로스오버는 음악의 기본 속성입니다. 항상 음악은 기존 것과 새로운 것을 섞어 더욱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지요. 국악은 이렇게 기존 생각을 넘어서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려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악 퓨전, 퓨전 국악, 크로스오버같이 정적인 의미보다는 ‘컨템퍼러리 코리안 트래디셔널 뮤직’(Contemporary Korean Traditional Music)이라고 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만 이러한 논의는 차차 해나가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국내 최정상의 해금 연주자 김애라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6살 때부터 가야금을 통해 장구·양금·대금·단소 병창 음악을 접하던 차에 바이올린과 그림을 배우면서 음악의 표현을 알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해금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해금은 전통음악에서 그 입지가 낮아 다른 악기들(거문고·대금·피리)과 음악을 받쳐주는 역할이 거의 다였습니다. (제 음악적 열정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해금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당시 국악의 주류는 전통음악이었습니다. 언젠가는 TV나 라디오를 켜면 해금 소리가 (모든 악기의 소리와 더불어) 늘 나올 수 있는 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앞장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면서 소통하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 대중의 한국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해금이라는 악기의 입지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대학 1학년 때부터 지난 20여 년간 가져온 비전이라면 앞으로의 비전은 전통 월드음악과의 ‘통’(通)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엇이 김애라씨에게 음악을 하게 했으며, 자신에게 ‘소리’는 무엇인가요.

음악은 삶에서 오는 마음의 소리, 위로와 위안, 기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 진심으로 연주하는 것, 그리고 희로애락이 아닐까. 소리는 음악으로 대화하면서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음악(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연주하는 음악)을 하면서 답답했습니다. 정말 해금이란 악기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연주만 해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해금 수화’…. 그렇다면 숙제는 전통악기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인데, 제 어휘력이 짧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 슬프다.’ 악기들에 말을 걸고 그 악기들로 말을 하고 싶었고, 더 많은 이야기를 소리로 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해온 이유입니다.

-지나온 음악 여정은 어떠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밤새워 연습하고 많은 음악을 연주했어도 삶이라는 시간이 없으면 익지 않는 것이 전통악기의 특성입니다. 저는 쉬운 길보다는 원하는 길을 가고 싶었고, 그래서 삶이 평탄치 않은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통악기로 철들게 연주하려면 인생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로,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를 악기의 선율로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해 연어처럼 처음으로 돌아와 전통음악·창작음악·대중음악을 풀어내고 다시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음악이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음악을 닦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음악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원일(피리·타악·작곡·지휘), 김용우(피아노·피리·타악·노래), 권성택(가야금·타악·지휘), 한충은(피리), 허윤정(거문고) 등 모두 여러 장르, 다른 표현이지만 같은 곳으로 즐기면서 가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서로 존경하며 많은 영향을 줍니다.

-좋아하는 한국의 음악가가 있다면.

박범훈, 이건영, 최태현, 고 백대웅, 김영재, 고 이상규, 정재국 선생님.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어떻게 자신의 음악 안에 함께 들어 있게 됐습니까.

어떤 음악이든 온몸으로 전율을 느끼면 그 음악이 궁금해지고, 그 궁금증을 못 참고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고, 어설프게라도 즐기게 될 때까지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고3 때 본 조비의 헤비메탈을 처음 접하고 무척 감동했고, 들국화를 사랑했습니다. 대학 때는 박녹주와 김소희 선생님을 가슴 아리게 품고 살았습니다. 내게는 꿈같은 분들이지만 영향을 많이 주셨습니다. 해금이란 악기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한한지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애라야, 이런 거 해볼래?” 하고 물으면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도 방송을 통해 다양한 장르에서 전통과 재즈 등 현대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신보(新譜) 계획이 있나요.

해금 연주자라면 항상 정통 산조에 도전해봐야지요. 한범수(대금·해금 산조 명인)류 해금 산조 음반을 곧 낼 겁니다. 이 음반은 한범수 선생님에 대한 20년 사랑의 결실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기쁜 작업이 될 것입니다.

-국내외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신기한 악기’ ‘어 되네, 이런 음악도!’ ‘아, 좋다!’ 이런 반응이죠. 대중이 해금을 사랑하면서 해금이 배우고 싶어 하는 악기가 되었고, 다양한 반응 덕에 개인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했습니다. 해금 음악이 사랑받는 음악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중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와 독자에게 추천하는 음악이 있다면.

한국의 음악과 해금이란 악기를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진실한 삶의 음악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현악영산회상(일명 중광지곡, 거문고회상)을 추천합니다. 영산회상은 현악영산회상, 평조회상(일명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 관악영산회상(일명 장정만방지곡·長正萬方之曲, 삼현영산회상)의 세 곡이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해금 연주자인 김애라씨의 음악에 대한 진지함은 그녀의 음악을 통해 우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해금 사랑은 너무 깊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 저절로 최고의 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그럼에도 연신 보여준 겸손한 자세는 그녀의 연주 못지않게 마음을 움직입니다.

인터뷰·글 최영준 퓨전뮤직그룹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리더, 서울예술대 교수, MBC 판소리 서바이벌 <광대전> 자문위원. 가야금·사물놀이 앱 개발자로 국악의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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