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7:12 수정 : 2013.06.12 10:47

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3천 원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영화 <연가시>(감독 박정우)를 보고 놀란 관객 한 명이 사람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느냐고 물었을 때, 마태우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람 몸 안에 사 는 기생충들은 대부분 수만 년 이상 우리 몸 안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정착에 성 공한 생물체다. 곤충의 기생충인 연가시가 사람 몸 안에 들어와 적응하려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하다. 연가시에 감 염되기 위해서는 연가시의 유충이 있는 장구벌레나 모기를 먹어야 하는데, 곤충 이 그러는 것처럼 사람이 모기나 장구벌레를 날로 먹는다는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상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연가시는 숙주를 조종해 물에 빠뜨려 죽이 는 나쁜 기생충으로, 되도록이면 숙주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기생충의 정신마저 망각했다. 이런 이유로 마태우스는 연가시의 인체 기생 가능성이 없다고 본 거 다. 비록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도록 사람에게도 가능하다고 해주세요”라는 미 녀 영화 관계자의 말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신념과 상반된 답변을 내놓긴 했 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신기주가 쓴 <사라진 실패>를 읽고 나서 마태우스는 숙 주를 조종해 죽이는 일이 인간 세상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증명하기 위해 삼성자동차에 대해 좀 알아보자. 삼성자동차는 “김영삼 정부가 부산 사람들에게 준 선물”이었다. 생산은 없고 소비만 있는 ‘비만도시’ 부산에 공 장을 짓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으니까. 그 선물이 재앙이 된 건 외환위기를 겪 으면서부터였다. 독자적 자동차 개발 기술이 있던 대우나 쌍용에 비해 이제 막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적 자산을 쌓을 시간이 없던 삼성차에게 외환위기는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큰 사건이었다. 결국 프랑스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하면서 르노삼성자동차가 되는데, 이것 또한 삼성에겐 불운이었다. 연가시 가 그랬던 것처럼, 르노는 삼성차를 조종해 이익을 취하려고만 할 뿐 삼성차의 회생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 말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서민 수줍음이 너무 많아, 같은 사람을 다시 볼 때도 매번 처음 보듯 쭈뼛거린다. 하지만 1시간 이상 대화를 하다 보면 10년지기처럼 군다. 기생충학을 전공했고, 현재 단국대 의과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기생충 의 변명>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이 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