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0:31 수정 : 2013.06.12 10:48

덕후나 잉여가 공히 상당한 확률로 탑재하고 있는 특 징이 ‘중2병’이다. 중2병은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한 말로 ‘나는 남과 다르다’, ‘나는 남보다 뛰어나 다’는 자의식이 지나쳐서 허세 부리는 짓을 가리키는 속어 다. 올해 문용린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중2병을 치료하겠다 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가을 단축마라톤대회를 연다 고 해서 많은 이들의 실소를 자아낸 일이 있었다. 물론 중2 병은 원래의 중2병과 별로 관계가 없는, 교육공무원 특유 의 ‘꼰대적 망상’에 불과했다. 이를테면 방황하는 청소년을 모아 단체로 해병대 병영 체험 보내는 식의 발상에 중2병이 라는 단어가 우연히 붙어버린,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 다. 중2병은 당연히 실제 중2 학생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중2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나이로 제시되었을 뿐 특정 나이에 국한된 증상이 아니다. 중2병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세가 사라지지 않거나 심해지 는 경우다.

‘중2병’과 낭만주의 정신

중2병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나 특징이 인터넷상에 보이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전형적 증세이다. ‘서양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맛도 없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 한다’, ‘인기 밴드그룹에 대해 뜨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정 색을 한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프 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사회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역사에 대해 좀 알게 되면, 미국은 추잡하다고 말한다’.

아마 중2병에 대한 증상 목록은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2병을 논의하는 데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목적은 중2병을 특수한 질환 내지 기행으로 예외화·특수 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 특히 오늘날 한국 성인 이 누구나 어느 정도 지니는 특성으로 최대한 보편화·객관 화하는 데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박권일 대학에서 사회과학학회 활동을 하면서 늘 욕구불만이었다. 결국 ‘문화이론학회’를 만들어 당시 폭발하기 시작한 ‘홍대신’을 돌며 마음껏 뛰어놀고, 시네마테크에서 ‘죽을 때리’고, 왠지 모를 죄책감에 김수행판 <자본론>을 읽다가, 뜬금없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욕하는 글을 쓰곤 했다. 우석훈과 <88만원 세대>를 함께 썼다. 계간 <자음과 모음R>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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