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0:20 수정 : 2013.06.12 10:48

우리는 정직하면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이상한 문화와 질서 속에서 산다. 미스 김은 이것들이 참을 수 없이 우스꽝스러운 것임을 폭로하는 고발자다. 한겨레 자료
비싼 돈 주고 개인 퍼스널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배우던 때, 오후 6시를 넘으 면 살포시 짐을 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러기를 보름여, 계속 눈치 주던 편집 장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네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네 몫 이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네 선택이겠지만, 운동을 가는 것이 지금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조직적으로 어떤 선택이 맞는지 생각해봐라. 참고로 나는 대학원에 등록했지만 몇 번 가지도 못했다.”

목구멍까지 어떤 말이 차올랐다. 권유를 가장한 명령, 훈계조의 강권을 건 네던 그 목소리에 “당신이랑 마시는 술은 조직적으로 옳은 것이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나가는 나는 인생에 부질없는 짓을 하러 가는 것이냐”는 비수를 꽂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조용히 알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을 차마 다 하지 못하는 건, 한국 사회의 흔한 풍경이고 익숙한 위계이다. 업무 시간 내에 일을 끝내도, 감히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능숙하게 끝냈다고 자부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미스 김에게 감읍한 특별함은 바로 이 점이다. 노동문제가 아닌 바로 이 이상한 문화와 강고한 질서를 폭로하는 고발자로서. 미스 김은 한국 사회의 어떤 익숙한 순간이, 정직하게 해석하면 참을 수 없이 우스꽝스러운 순간임을 보여줬다. 정직한 어떤 순간과 대면하면 정작 우리는 한없이 낯설어진다. 어떤 노 동자가 근로계약서 조항을 정직하게 지키자고 요구할 때, 사용자 대부분은 한없 이 낯선 불쾌감을 표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건 너무 비상식적이지 않은가’라는 정직한 외침에 한국 사회는 꽤 오래도록 답하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아래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노동가치부터 위로는 비 행기 승무원의 감정노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직과 동행한다면 도무지 제정 신으로 버틸 수 없는 이상한 문화와 질서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김완 서울 청량리에서 태어나 청량리에서 자랐다. 충 무로영상센터 ‘활력연구소’를 학교 삼아 다녔고, 이후 문 화연대에서 변두리 이슈를 메인 이슈 삼아 활동했다. 현 재는 매체비평지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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