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7 01:10 수정 : 2013.05.07 10:52

2011년 1월 6일, 노동자 김진숙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오른 지 100일이 되어갈 무렵, 신유아는 서울에서 희망버스를 몰고 가는 사회적 연대를 기획한다. 웹자보나 이메일 중심으로 홍보하고 개인 자비로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한국 사회 현실의 질곡은 현장과 장소에 응집되어 저항의 힘으로 솟구친다. 네트에서 촉발된 이슈들이 영향을 미치는 오늘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의제란 현장의 장소성 없이는 맥이 풀린다. 촛불 광장에서 평택 대추리, 용산 남일당 철거지역, 제주 강정마을, 콜트·콜텍 공장과 한진중공업 고공투쟁,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 등 현실에의 저항은 지지와 공통의 장소적 연대 없이는 큰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장소의 힘에는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철거민의 사회운동과 투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소성에는 일반 시민, 노동자와 농민, 문화활동가, 예술가, 시인, 소설가, 가수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한다. 이들은 모여서 현장미술, 파견미술, 공장 전시·공연, 건물점거 형식의 스운동, 참사현장 전시, ‘희망버스’ 프로젝트, 플래시몹, 촛불문화제를 벌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 새로운 정치적 장소성에 기대어 참여집단이 벌이는 문화생산 행위를 ‘문화행동’이라 부른다.

문화행동은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항을 문화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문화운동이 좀더 긴 호흡의 관련 문화 정책·제도·비전 등의 논제를 포함한다면, 문화행동은 좀더 전술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상황과 이벤트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미디어·문화·예술의 표현 행위라 볼 수 있다. 이런 문화행동은 재능 있는 이들의 협업 속에서 좀더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장에서 자칫 공허하고 과잉 정치적 행위로 퇴락할 수 있을 때, 누군가 함께하는 이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원을 모으고 이들을 하나의 문화행위적 이벤트로 묶는 일은 여러 가지로 중요하다. 이것이 문화행동의 매개 역할이고, 이에 문화활동가이자 미술가인 신유아는 그 역할에 누구보다 뛰어났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 뉴미디어와 인터넷 문화, SNS 문화 현상까지 IT 현상 전반에 주목해 글 작업을 해왔고, 최근에 그 변경을 예술행동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저서로는 <사이버 문화정치> <디지털 패러독스> <사이방가르드: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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