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7 01:04 수정 : 2013.05.07 10:52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슈퍼주니어…. 여기까지 보면 아이돌 그룹이라고 간단히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싸이를 추가하면 한류스타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배우 최민수, 방송인 노홍철·유재석까지 가세하면 연예인이겠거니 할 테고. 그런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팝가수 케니 로저스까지? 유명인이라는 것 말고 달리 연결선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에게 분명 공통점이 있다.

지하철 안의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람들은 그다지 쓸모없는 목적을 위해 쓸모 있게 발명된 기계를 손에 쥐고 시간 때우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들여다보느니 창밖을 내다보는 편이 나은 가을이 와도 아마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조금 가라앉은 기분으로 서울 용산동 녹사평역을 나서니 비로소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무단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을 따라 벚꽃과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어 있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걸음은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았다.

미군기지의 높은 담장과 이태원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벽화가 마주 바라보는 삼거리 한편은 이태원 상가들이 지키고 있다. 어렵던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여성으로서 미 육군 중령, 하버드대학 박사를 마친 서진규씨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랜덤하우스코리아·2007)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군이 거름 냄새에 경악하는 장면과 그들을 보며 수치스러워하는 한국 출신 미군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중동에 파견되기 전 문화 적응 교육을 받은 미 여군들이 그렇게 미개한 나라를 우리가 도와주러 가야 하느냐며 분개하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태원에는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레 오가고 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과 세계적인 대중음악인 케니 로저스가 자신의 두 발을 감싸는 물건, 즉 신발을 부탁한 곳이 있다.

이태원 ‘슈즈박’ 매장 앞에 선 박대섭 사장. 슈즈박은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슈퍼주니어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신발을 만들고 있다.
클린턴·케니 로저스도 OK… 이미 ‘한류스타’

3평 남짓 작은 공간이 은은한 가죽 냄새로 채워져 있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않은 구두와 부츠가 도열해 있고, 30년의 세월을 품은 공기는 신발 사이를 오갔다. 가족사진뿐만 아니라 아이돌 가수의 사진에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편지까지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흔하지만 흔치 않은 풍경이 오밀조밀하게 펼쳐졌다. 수제 신발, 그중에서 웨스턴 구두와 카우보이 부츠로 일가를 이룬 ‘장인’은 정장을 입은채 바쁘게 울리는 전화기를 달래고 있었다. 자신의 별명이자 가게 이름인 ‘슈즈박’(Shoes Park)의 주인장 박대섭(62) 씨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나도원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및 장르분과장, 이매진어워드 선정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준비위원장이다. <결국, 음악> 등의 책을 썼으며, 최근 <시공간을 출렁이는 목소리, 노래>를 펴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