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3:38 수정 : 2013.05.07 10:52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인터넷에서 생겨난 수많은 것 중에서도 어떤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 된 전세계 수천만 명의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하여 끊임없이 정보를 올리고 수정한다. 위키피디아 한국판에 올라 있는 위키백과의 역사 항목에 따르면, ‘2012년 1월 기 준 위키백과에는 238개 언어로 쓰인 2천만 건이 넘는 자유 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항목이 있으며, 그 항목은 3100만 명 이상의 등록 사용자와 무수한 익명의 기여자가 전세계에서 작성했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14.5%가량이 위키백과를 매달 방문했다.’

지식 생산방식 바꾼 ‘집단 지성’

위키피디아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본 수많은 전문가들 은 놀라운 자발적 네트워킹의 확장에 감읍했다. 지식은 빛 의 속도로 퍼졌고, 실시간의 이의제기와 수정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익명의 번역자들은 그 지식을 모국 어로 번역하거나 모국어로 된 지식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했다. 그렇게 번역된 비영어권 지식은 또 다른 비영어 권 번역자에 의해 전혀 다른 언어로 번역되었다. 지식은 들 불처럼 번져나갔고 수정되었고 정교해졌다. 프랑스의 사회 학자 피에르 레비가 1994년 제기한 ‘집단 지성’이란 개념은 2000년대 위키피디아에서 비로소 현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 다. 한글로 작성된 위키피디아의 항목들은 영어판 위키피 디아의 20분의 1이 안 되며, 문서의 질과 양에서도 많은 차 이가 있다. 창립자 지미 웨일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언 론은 ‘왜 한국에서 위키가 성공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그러 자 지미 웨일스가 언급한 것은 ‘지식in’의 존재였다. 이 지식 에 대한 장엄한 선언이자 운동이 초딩들의 ‘숙제’와 ‘내공 드 릴게요’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에서 좌초한 것이다.

어쨌거나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에 대해 어떻게든 의미 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알리바이로 작용 해왔다. ‘감히 인터넷을 불신하다니! 저 장대한 위키피디아 의 흐름을 보라!’ 물론 이것은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에 대한 모종의 반작용일 수도 있다. 인터넷은 여러 가지 이 유 때문에 주로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여러 활동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새로운 기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더 열려 있으며, 개인용 컴퓨터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이들일수록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또 한 기존 언론이나 각종 청원제도, 정당정치 등을 통해야만 하는 외부 세계에서의 복잡한 의사 전달 구조에 비해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간편하다는 것도 참을성 없는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최태섭 문화평론가. 팔자에 없을 것 같던 글과 말을 업으로 삼은 이후 매일같이 ‘멘붕’(멘탈붕괴)에 빠져 있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우파의 불만> <트위터, 그 140가지 평등주의> 등을 공저했으며, 현재 ‘잉여’를 주제로 책을 집필 중이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다.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쓴다. 장래 희망은 먹고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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