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1:38 수정 : 2013.05.07 10:52

현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형질이 <전국노래자랑>(KBS1 TV)에 있다 고 믿으면 정말 큰 실례다. <전국노래자랑>은 전 국민이 아는 흥겨운 시그널 음 악과 함께 시작해, “맑은 하늘과 시원한 파도, 그리고 산산하게 불어오는 바닷바 람이…” 하는 향토적 발언을 하고, 멀리 해외 동포까지 아우르며 아낌없이 서로 의 노고를 치하한 뒤 그냥 한바탕 놀고 나면 그만이다. 노래를 채 불러보기도 전 에 떨어졌다고 해서 불쾌해하는 참가자도 없고, 프로그램을 내내 시청해도 정작 누가 우승자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노래보다 닭 자랑을 하기 위 해서 무대에 오르고, “송해 선생님에게 참외의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 출전했다” 고 고백해 포복절도를 끌어낸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이수현 남매가 경기도 고양시 한 공원에서 놀이기구에 앉아 있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하지만 <슈퍼스타K>(Mnet) 이후 하나의 계열을 이루고 있는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은 이와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다. ‘기적을 노래 하라’는 <슈퍼스타K>의 슬로건은 감동을 고양하기 위한 선동인 동시에 프로그 램의 실제 성격에 대한 가장 적확한 묘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든 내러티브 는 ‘기적 같은 행운을 독점할 우승자가 누구냐’의 단순 회로를 맹렬히 질주한다. 사람들은 누가 우승할 것인지 집단적으로 점치고, 그렇다면 어떻게 우승에 다가 갈 것이냐를 둘러싼 라이벌의 혈전을 관람한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 자들만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모두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꿈꾼다.

단순한, 그러나 맹렬한 질주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딱 한 가지인데, 경탄에 마지않는 참가자들의 ‘재능’이다. 전문가를 뛰어넘는 비전문성, 단숨에 경지에 도달하는 천재성, 그리고 이 모두를 조합한 연예인으로서의 향후 성공 가능성까지. 재능이라는 원천 기술에 자본이 부가적으로 개입하면 어떤 결과값 이 나오느냐를 관람하는 것은 전 국민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이유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 ‘파이널’에 오른 이들이 연예기획사로 직행하는 것이, 그리고 어떤 규모의 기획사에 안착하느냐가 낱낱이 대중의 관심 리스트에 오르 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기이한 그러나 완벽한 컨베이어 벨 트가 작동하고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김완 서울 청량리에서 태어나 청량리에서 자랐다. 충 무로영상센터 ‘활력연구소’를 학교 삼아 다녔고, 이후 문 화연대에서 변두리 이슈를 메인 이슈 삼아 활동했다. 현 재는 매체비평지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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