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8:46 수정 : 2013.04.04 18:46

병원장사 김기태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1만3000원
2년 전 겨울, 마태우스는 심한 독감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탓이었는데, 좀더 빨리 회복하고픈 마음에 길 건너 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잘되기로 소문난 곳답게 환자는 미어터졌고, 마태우스 는 30분 넘게 기다려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의사의 말 에 마태우스는 열나고 몸이 쑤시는 게 독감 같다고 했는데, 때가 때이니만큼 독 감을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생각보다 자상했다.

“꼭 독감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부비동염일 수도 있고, 간이 안 좋 아서 이럴 수도 있어요.”

결국 마태우스는 그 잘생긴 얼굴을 방사선(X선) 기계에 대야 했고, 초음파 기계가 자신의 간을 들여다보는 것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별 이상 없네요. 지금 봐서는 독감인 것 같고요.”

의사의 말에 마태우스는 어서 빨리 주사라도 한 대 놔주고 돌려보내기를 바 랐지만, 의사의 자상함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간호사, 이 환자 입원실에 데려가서 수액 좀 놓으세요.”

팔의 혈관에 링거액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걸 보다 마태우스는 그만 잠이 들 고 만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의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좀 어떠세요?”

자다 일어난 마태우스는 의사의 질문이 자신을 향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그 도 그럴 것이 입원실에는 그 말고 수액을 맞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의사가 같은 질문을 반복했을 때 마태우스는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저요?”라고 했는 데, 그 말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의사는 다시 간호사를 불러 이렇 게 말했다.

“간호사, 안 되겠어요. 이 환자 수액 하나 더 놔줘야겠어요.”

결국 마태우스는 수액을 한 통 더 맞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수액이 다 들어 갈 때까지 깨어 있은 덕분에 한 통을 더 맞는 비극을 피할 수 있었지만, ‘2만 원 정도면 되겠지’ 했던 치료비가 5만 원도 넘게 나온 것에 가슴을 쳤다. 지나치게 자상한 의사의 존재, 그 병원이 잘되는 건 당연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서민 수줍음이 너무 많아, 같은 사람을 다시 볼 때도 매번 처음 보듯 쭈뼛거린다. 하지만 1시간 이상 대화를 하다 보면 10년지기처럼 군다. 기생충학을 전공했고, 현재 단국대 의과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기생충 의 변명>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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