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7:25 수정 : 2013.04.04 17:25

이태원에선 외국 DJ의 내한 파티가 수시로 열린다.
오래전, 지구인이 외계의 행성을 방문하는 줄거리의 영화들에선 “이 행성에는 산소가 있고 중력도 지구와 비슷하다”며 승무원들이 놀라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얼굴값 비싼 주인공들은 헬멧을 벗고 마음껏 액션을 펼칠 수 있었고, 영화제작사는 복잡한 생명 유지 장치를 배우들에게 주렁주렁 매다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속편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외부의 시선으로 이태원을 다루고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각을 찾아낼 수 있다. ‘이태원=외국인’, ‘이태원=힙합’, ‘이태원=패션’, ‘이태원=트랜스젠더’, 그리고 최근에는 ‘이태원=문나이트’ 같은 등식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이 그러하듯, 이태원은 하나의 등식으로 단순화해 설명할 수 없다. ‘그 모든 등식의 합이 이태원을 설명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또한 참으로 속편한 설명이다.

2011년에 <이태원 주민일기>(북노마드 펴냄)가 발간되었다. 활자보다 이미지 비중이 큰 이 책은 이태원 주민인 곽호빈, 나난, 목정량, 박길종, 이해린, 사이이다, 장진우, 홍민철, 황애리가 함께 쓴 글과 작업물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예술가를 중심으로 모인 아홉 사람 모두 이태원1동과 이태원2동, 한남동과 보광동 거주민이다. 그들은 각자 골목을 돌아다니며 잡초 사진을 찍고, 자신의 작업실에서 지인들의 초상 사진을 찍고,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 판소리를 가르치고, 버려진 것을 수집해 재탄생시키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연인과 함께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나도원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및 장르분과장, 이매진어워드 선정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준비위원장이다. <결국, 음악> 등의 책을 썼으며, 최근 <시공간을 출렁이는 목소리, 노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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