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7:18 수정 : 2013.04.04 17:18

노래하는 이방인 악사를 이방인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박종찬 기자
“구도심의 모든 영역은 생동하고 있다. 재래시장들, 작은 가게들, 공장들, 건축물의 안 혹은 그 틈, 그리고 그 밖에서…. (중략) 우리는 도시 공간과 건축 속에 넘쳐나는 삶의 모습들을 보았으며, 너무나 일상적인 이것들이 우리 도시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임을 깨달았다.”(<기간의 도시>·조정구 ‘구가도시건축’ 대표·2004)

 

도시 공간 탐사자가 공간에서 읽어내는 것은 삶의 풍경이다. 공간 탐사는 공간의 구조를 살피고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려 한다. 우리가 서울 중구 명동을 탐사한 것은 그 이유다. 명동을 보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자는 것, 그래서 명동에 비친 우리 시대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공간 탐사는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다. 공간 탐사에 대한 이론적·실무적 지식이 전혀 없었다. 명동 사람들은 언론 취재에 호의적인 편이 아니어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명동 공간 탐사에 보낸 5개월은 시행착오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공간 탐사 작업을 할 때 소속된 팀은 ‘새 뉴스 발굴팀’이다. “뉴스(News)가 늘 새로운(New) 것인데, 뭘 또 새 뉴스를 발굴하느냐”는 동료의 비아냥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뉴스는 새롭지만, 뉴스의 내용과 틀은 ‘올드하다’는 것이 우리 팀의 문제의식이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팀장은 처음부터 ‘명동 프로젝트’가 새 뉴스 자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한국 언론사에 남을 아이템’이라며 무조건 명동 프로젝트를 하자고 부추겼다. 공간을 탐사하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사진·영상이 결합한 방식으로 시도한 언론은 아직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령이라고 던져준 말이 가관이었다. “야마(기사의 주제를 뜻하는 기자들 은어) 잡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몇 달 동안 명동에 가서 살다 와라. 그러면 뭔가 나와도 나오겠지. 시간은 충분히 줄게.”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획 신기섭 선임기자

글·사진 박종찬 <한겨레> 멀티미디어부문 제작2팀장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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