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02:00 수정 : 2013.03.06 02:00

서울 용산중·고등학교를 지나 해방촌 앞에 이르면 외부와 해방촌을 경계 짓고 또한 이어주는 ‘108계단’이 있고, 108계단 앞에는 ‘종점수다방’이 있다. 이곳 대표는 해방촌으로 시집와 토박이보다 더 토박이가 된 황혜원씨다
추웠다. 길게 늘어서 있는 높은 담장 너머로 군사지역을 감춰둔 길을 걷다가 용산 중·고등학교를 지나 해방촌 ‘108계단’ 앞에 이르렀다. 음악을 무척 좋아한 덕에 나는 아름다운 영혼, 대신 난청과 이명을 얻었다. 등산과 걷기를 무척 좋아한 덕에 나는 건강, 대신 관절염과 족저근막염을 얻었다. 한동안 남몰래 고생하다가 슬슬 호전되어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지만 날씨는 꽤 쌀쌀했다. 젊은이들에게는 골목길 산책 코스로 알려진 108계단은 예쁘장한 벽화들을 슬쩍 자랑하며 탐방객을 맞아주었다. 그런 곳에서 바라보는 빌딩과 도로의 야간조명은 도시인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전에 어떤 이들은 이 계단의 끝에 서서 저 아래의 세상, 아니 너무 높아 보이는 또 다른 서울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108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다리에 가해지는 중력은 추위를 잊게 했다.

 

아이들이 뛰놀던 달동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꽤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태원2동과 해방촌(용산2가동) 그리고 후암동은 같은 생활권으로 묶이기도 한다. ‘이태원 연대기’를 통해 만나는 토박이 중 상당수가 이 동네들을 오가며 살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의 친구와 친척의 거주지가 여기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해방촌과 후암동은 이태원으로 흘러드는 물길의 발원지 같은 곳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나도원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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