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01:36 수정 : 2013.03.06 01:36

吾道 一以貫之

(오도 일이관지)

나의 도는 하나로 모두를 꿰뚫을 뿐이다. - ‘이인’편 15장

1. 외뿔소도 호랑이도 아니건만 

기원전 489년, 공자가 열국을 주유한 지 8년째 되던 해. 초나라 소왕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공자 일행은 이레 동안 들판을 헤매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난을 겪는다. 공자는 그런 곤경 속에서도 시를 읊고 거문고를 타며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제자들은 지치고 병이 나 일어서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수행자들 사이에서 공자에 대한 미묘한 불신감이 흘렀다. 자로는 화가 난 나머지 “군자가 이런 곤경에 빠져야 하는가?” 하며 스승에게 대들었고, 공자는 “군자는 원래 궁한 자이다”(君子固窮·‘위령공’편 1장)라는 유명한 말씀으로 제자들을 달랬다. 이 위기에서 공자 일행이 벗어난 것은 자공의 수완 덕분이었다. 식량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간 자공이 거짓말처럼 쌀을 구해 나타난 것이다.

자공의 활약으로 배고픔에서 벗어난 공자와 제자들은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공자가 강론을 예고하신 것이다. 공자의 이날 강론은 훗날 유가들 사이에서 공자 정신의 불굴성과 위대성을 증언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게 된다. 역사가의 엄정함과 작가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교직한 드라마틱한 필체로 유명한 사마천이 이 전설적 이야기가 지닌 불멸성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수백 년 뒤의 사람임에도 <사기> ‘공자세가’에서 마치 본 사람처럼 이날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해놓았다. 현장에서 직접 강론을 들은 나조차 놀라울 정도로.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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