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3:22 수정 : 2013.02.05 03:22

‘토건 국가’, ‘토건 자본’의 4대강 사업은 이명박(MB) 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소멸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토건의 파괴력은 질기고 깊었다. 징후는 이미 여기저기서 곪아 터져 나오고 있다. 파헤친 자연에 덧씌운 시멘트로 산천이 멍들고 사라진 것은 물론이요, 그 후폭풍이 전국적 녹조현상을 낳고 16개의 보 대부분에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수천억 원의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두고두고 후손에 부끄럽고 경망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란 점에서 비통하다. 지난 1월 중순 감사원은 4대강 사업 평가에서 ‘예산 낭비, 환경 파괴 방치’라는 너무나 당연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허나 이도 이미 초가삼간 다 태우고 뒷북치는 꼴이다. 신음조차 못 내는 산하의 통곡과 그 속에서 공생하며 뿌리 내린 수많은 이름 없는 촌민들의 절망은 여전히 묵살된 채 시멘트 더미에 봉합된 상태다.

씁쓸한 세상에 단맛을 찾다

내성천과 두물머리는 4대강에 의해 천혜의 자연경관과 삶의 터전이 훼손되면서 주목을 받은 곳이다. 내성천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경관 때문에,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모여 형성된 청정지대이자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두물머리는 주요 상수원으로 청정지구화하면서 나라에서 이곳 공유지를 내어주어, 농민들이 오래전부터 유기농법을 통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살던 곳이다. 그러나 4대강 개발과 더불어 밭농사는 불법이 되고 개발은 합법으로 돌변했다. 토건 정책으로 밭 대신 위락시설과 골프장, 자전거도로가 들어서 팔당의 주요 수질 보호지역인 이곳이 개발의 오염원이 될 판이 되었다. 유기농 농민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공권력이 들이닥치면서 많은 이들이 피땀 흘려 이룬 농지를 버리고 떠났다.

토건 권력의 매서운 광풍이 몰아치던 즈음, 한 젊은 여성이 그 생태 파괴 현장의 한복판을 토건의 자전거도로에 맞불을 지르기 위해 방문한다. 그는 이른바 ‘자전거 액션’을 위해 의기투합한 동료들과 함께 팔당 두물머리로 페달을 밟으며 달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불현듯 4대강 삽질 너머에 출렁이는 텃밭, 생명, 대지의 냄새, 자연의 숨결을 체감하면서 두물머리를 생명 잔치의 ‘에코토피아’로 만드는 데 조력하고자 결심한다. 바로 ‘달군’이가 그인데, 이 친구의 두물머리 연대 활동의 비전은 독특했다. 흔히 추측할 만한 생태학적·환경운동적·시민운동적·농민운동적 실천과 다른, 그만이 할 수 있는 문화적 자치 실험을 두물머리를 통해 시도했다. 씁쓸한 세상에 단맛을 찾고자 달군이라 이름한 것처럼, 그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단맛 내는 재주를 두물머리를 통해 발휘한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광석 |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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