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55 수정 : 2013.01.08 18:55

“2004년 9월 12일 새벽은 내가 아버지 편에 서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다.”

정유정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7년의 밤> 첫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해도 나, 마태우스는 이 책이 그냥 스릴러인 줄 알았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열차처럼, 시작부터 질주를 시작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숨이 가쁠 정도로 독자를 밀어붙였으니. 다 읽고서야 알았다. 이 책이 ‘그냥 스릴러’가 아니라 어떤 유명한 사람을 비유한 것임을. 그 증거를 이제부터 제시해본다.

이 소설의 배경은 세령호다. 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호수 이름으로, 이로 인해 마을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혹시 이 대목을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마태우스의 뇌리에 딱 한 명이 떠올랐다. 그는 남한에 있는 큰 강에다 죄다 보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처음에 왜 멀쩡한 강에 저런 짓을 하는지 의아해했다. 배가 지나가게 한다고 의심도 했고, 그 보 때문에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걸 들어 ‘혹시 어릴 적 연어에게 물린 적이 있나?’ 생각한 사람도 있다는데, 이 소설이 세령호를 배경으로 한 건 그의 광적인 댐 사랑을 은유한 것이다. 이게 <7년의 밤>이 그분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첫 번째 증거다.

두 번째는, 이 소설에서 악인으로 나오는 ‘오영제’는 상습적으로 자기 딸을 구타한다. 어느 정도이냐면 팬티 바람으로 발견된 그 딸은 “코가 왕만두처럼 부어올랐고, 들숨 때마다 목에서 가래 끓은 소리가 났다. 몸엔 회초리 자국이 선명했다. 살갗이 터진 곳도 있었다.”(69쪽) 아버지는 원래 딸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인 것을. 이 대목만 봐도 오영제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 수 있다. 대통령 역시 자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인 것을. 하지만 그분도 오영제처럼 5년 내내 자기 국민을 학대했다. 광우병의 위험성이 높은 쇠고기를 먹이려 했고, 철거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얼마 안 되는 복지예산을 깎았다. 그분이야 물론 “내게 지켜야 할 국민은 상위 5%의 부자들이다”라고 하겠지만, 거기에 속하지 않는 시장 상인들이 ‘제발 경제만 살려달라’고 5년 전 그를 지지한 걸 생각하면 좀 너무한 처사였다. 그러니 이 사례는 오영제의 실제 모델이 그분이라는 두 번째 증거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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