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47 수정 : 2013.01.08 18:47

소비 공간 명동에 ‘사람’이 설 자리는 좁다. 사람들끼리 나누는 ‘정’이 숨 쉴 공간도 그렇다. 명동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 아니라 ‘눈 뜨고도 코 베이는 곳’이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명동에서 사람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뜨내기들이 만든 매장에서 뜨내기들이 물건을 사고 가는, ‘뜨내기의 동네’가 명동이다.

하지만 우리 눈엔 잘 보이지 않는 명동의 구석구석에 사람들이 산다. 명동성당 담벼락엔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다. 행정명으로 저동1가, 한국에서 가장 시끄럽다는 명동거리의 맨 끝에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3년 전까지 그 가족의 이웃에 살던 명동 토박이도 만날 수 있었다. 명동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고 명동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거기보다 좀더 안쪽의 명동 한복판에도 사람이 산다. 중앙로4길 한 건물 옥탑방에서는 건물 관리인 부부가 옥상에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명동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반하듯, 이들은 이웃끼리 정을 나누면서 ‘명동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반한다.

저녁 8시, 명동의 밤이 시작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직장인들은 이미 퇴근해 그곳을 떠난 지 오래다. 관광객들은 숙소로 들어가기 전, 낮에 ‘찜’한 화장품 따위를 사기 위해 마지막 ‘매장 순례’를 한다. 모두가 명동을 떠났거나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 그 시각, 비로소 명동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획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취재·사진 박종찬 멀티미디어부문 제작2팀장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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