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21 수정 : 2013.01.08 18:24

김민하라는 남자가 있다. 2012년 연말까지 진보신당 기획실 국장이었다. 그러니까, 빼도 박도 못 하는 운동권이다. 이제 갓 서른이므로 ‘청년’이라 부를 수 있다. 사람들은이 청년의 띠를 물어보고 “아, 70년 개띠군요”라고 말한다. 좀 둔한 사람들은 “58년 개띠신가? 동안이네!”라고 한다. 요컨대 그리 말갛고 해사하며 야리야리한 외모는 아니다. 동물에 비유해 미안하지만, 그의 전체 분위기랄까 풍채는 그리즐리베어(Grizzly Bear·북미회색곰)나 자이언트판다에 가깝다. 바리톤 가까운 음색에 목청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크다. 눈치챘겠지만 이 사내의 이름을 꺼낸 이유는 그가 덕후이기 때문이다.

2012년 <나·들> 11월호에 ‘실용형 덕후’와 ‘향락형 덕후’를 구별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용형 덕후, 그러니까 실용적 목적의식을 가지고 덕질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오타쿠’라는 개념으로 따진다면 실용형 덕후는 사도(邪道)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실 타협적 오타쿠’랄까? 뭐니뭐니해도 오타쿠의 정도(正道)는 역시 향락형 덕후다. 남눈치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쾌락을 위해 용맹정진해야 진짜 덕후인 것.

김민하는 그런 면에서 어디 내놓아도 절대 빠지지 않는 향락형 덕후이며 진성 오덕이다. 주 전공 분야는 컴퓨터 게임이다(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적잖은 게임을 즐겨온 나도 30%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덕질은 하나로만 수렴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예를 들어 “나의 시대에서 이효리 같은 이가 누구일지 생각했다. 린 민메이다” 같은 소리를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걸 봐서 ‘마크로스’ 덕후인 게 분명하다. 마크로스는 1982년 일본에서 제작된 로봇 애니메이

션 시리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말하는데, <기동전사 건담> 등과 함께 1980년대 메카닉 애니메이션 붐을 이끈 기념비적 작품이다. 린 민메이는 마크로스 팬들의 절대 지지를 받은 전설의 히로인 이름이다. 건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김민하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많은 명대사를 모두 외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권일 계간 <자음과 모음R>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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