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06 수정 : 2013.01.08 18:08

그의 별명은 ‘괴물’이다. 이 무시무시하고 압도적인 ‘경외’는 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미 충분히 설명해낸다. 현존하는 대중문화 스타는 무수하지만 장르와 영역을 불문하고 당대에 괴물이란 칭호를 따낸 이가 또 누가 있을까. 그가 활약한 7년 동안 ‘리그’의 다른 이들은 모두 그와의 맞대결을 부단히 피해왔다. 가령 류현진과 함께 당대 3대 투수로 일컫는 윤석민, 김광현조차 맞대결을 삼가왔다. 지난 시즌 한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 팀 경기에만 유독 등판한다”고 공개적으로 푸념했는데, 그 인터뷰가 나온 날 류현진의 맞상대는 리그 ‘톱3’로 불리던 어느 백인 외국인 투수였다. 심지어 바다 건너 선수들조차 껄끄러워했다. 특히 국제적 차원에서 그의 등판은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을 뜻했다. 왜냐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에만 그가 등판했으니까. 언론은 대체로 그의 상대를 ‘제물’이란 단어로 묘사했다.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의 개념을 빌리면, 류현진은 등장과 함께 지금까지 줄곧 ‘큰 사람’(Big Man)이었다. (덩치가 크단 얘기가 아니다!) 그를 제외한 다른 명사들은 모두 그 앞에서 ‘큰 이름’(Big Name)에 불과했다. 큰 이름은 ‘유명함자체로 유명한 이들’이다. 큰 이름은 언제나 있고, 대중문화란 결국 큰 이름을 가진 이들이 이루는 ‘별들의 강’이다. 독창적 이미지나 어떤 트레이드마크로 큰 이름이 구분된다면, 큰 사람은 ‘업적’으로 구별되고 칭송된다. 큰 사람은 은하수들의 위치와 좌표를 정하는 독보적 존재로 빛난다. 큰 이름들이 미디어에 의해 창조된다면, 큰 사람은 의지적 주체에 의해 운명적으로 창궐한다.

공교로운 건, 오늘의 류현진을 만든 게 ‘투수 왕국’ 한화 이글스의 큰 이름들이었다. 지금은 ‘9위로 역진하는 팀’이란 자조와 동정심의 대상이지만, 한때 한화는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로 이어지는 판타스틱 스타들을 보유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 판타스틱 스타들은 모두 큰 사람이 끝내 되지 못했다. 하늘은 송진우와 구대성을 낳기 전에 선동열을 낳았고, 정민철을 내리며 박찬호와 정민태도 내렸다. 그래서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는 리그에서 해태 다음으로 강한 투수진을 갖춘, 해태에 버금가는 강력한 타선을 가진 팀이었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늘 해태에 녹는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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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미디어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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