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5 23:53 수정 : 2013.03.05 23:53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의 비조로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내가 학교교육을 통해 얻은 소크라테스에 대한 기억은 딱 두 가지였다. 대단한 철학자였지만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독배를 마셨다는 것. 그리고 준법을 매우 강조해서 죽는 순간에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과 함께 “이웃에게 빌린 닭 한 마리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 물론 내 기억이 수정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들춰본 이런저런 철학서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그가 저작권자인 것처럼 유통되던 “너 자신을 알라”도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말이었다. 그가 사형을 당한 죄목은 불경죄로, 젊은이를 현혹하는 새로운 종교를 끌어들인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속사정은 당시 귀족계급과 민주주의 세력의 권력 다툼에서 소크라테스가 귀족을 옹호한 데 대한 민주주의 세력의 정치적 보복의 성격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옥에 있는 소크라테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법을 지켜야 된다고 정말 생각했을까? 아니면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이다”라고 생각했을까. 소크라테스의 심사를 우리가 알 순 없지만, 그가 독배를 마시는 마지막 순간의 일화를 준법정신의 발로로 해석하는 것은 세계철학 야사에 길이 남을 우스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설령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해도, 그걸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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